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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시 무채경 멋진 사람이 쓴 좋은 글카테고리 없음 2021. 8. 6. 22:04
이 책이 처음 신간으로 나왔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어 그래서 학교 도서관에도 신청해 놨지만, 계속 볼까- 그만둘까 하다가 미뤄왔다. 뭐랄까 제목이 마음에 들었는데 대충 훑어봤을 때, 에세이 같았는데 어떤 주제를 중심으로 한 에세이인지 잘 몰라서 당황했다.또 천문학자는 아니지만 천문학을 어느 정도 공부한 사람으로 저자가 말하는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문장이 어떤 의미인지도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아 사실상 이 책의 첫인상은 '새로움'보다는 '익숙함, 공감'을 느끼고 싶을 때 읽는 책. 였다.
그리고 얼마 전 우연히 방문한 스마트 도서관에 이 책이 대출 가능 책으로 되어 있어서 "잡았다!" 하면서 무작정 대여를 했다. 그럼, 한번 읽어보자! 하면서 빌려 읽고, 여름방학을 맞은 첫 월요일 아침. 가볍게 무슨 책부터 시작할까? 그러면서 이 책을 뒤적여 읽기 시작했다.
결과는 대만족 이 책을 읽으면서 뭐까지 생각했냐면 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책을 시작으로 독서 리뷰 영상을 새롭게 준비해볼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이 책을 읽으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았고 추천해주고 싶었다.
제1장에서는 행성 과학자로서의 저자의 대학원 라이프에 대해 조금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어떻게 행성과학자가 돼 타이탄 1호 박사가 됐는지 시간강사로서 석사학위를 받기까지의 과정 등이 나온다. 내가 이 챕터에서 무엇보다 열광한 이유는! 내가 가지고 있던 대학원에 대한 환상을 책에서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 정말 장난이 아니라 대학원에 가서 연구하고 싶어져서, 자기 대학 대학원까지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서 나왔어.오랜만에 뵙는 교수님들의 사진도 보고...)
저는 지구과학교육이지만 천문학도 좋아하고 대기과학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연구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다. 특히 연구하는 이공계를 보면 왜 그렇게 멋지고 존경할까. 내가 학부시절 대학원 연구실 인턴으로 활동하면서 석박사 논문을 준비하는 선배들 어깨 너머로 보았던 연구방식, 고교시절 전람회를 위해 연구활동을 하면서 겪은 일, 인턴활동 중 만났던 극지연구소의 수많은 연구원들을 떠올려 정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파트였다.
흠,뭐랄까.아무튼나도이공계의연구활동을보고그걸연구해서뭐해?뭐하고살아?이런것보다는그런연구를하는연구자들이존경스럽고멋있을것같다. 저자도 이런 사람들을 무해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깊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가 시간강사로 활동하면서 우주의 이해라는 교양수업을 했던 경험담도 정말 유익했다. 자연계가 아닌 예체능계, 인문계 수강생의 비율이 더 높았다는 점이 내게도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저자만의 과제를 주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참교육자라고 생각했다.특히 아래 글은 뼈에 새기고 싶을 정도로 나에게 유익하고 충격적인 글이었다.
왜 그런 생각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작가가 결혼해서 누군가의 어머니라는 사실도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더욱 이 책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여성 천문학자의 에세이, 그것도 결혼 임신 출산 육아와 함께 연구 활동을 병행하면서 자신만의 우주를 확장해 가는 천문학자라니. 그녀의 걸음에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전 읽은 여성보존과학자 이야기부터 여성천문학자까지 더 많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며 읽었다. 이런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 자기 자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멋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심채경 박사의 첫 연구는 우연히 만난 타이탄 대기 스펙트럼 자료에서 비롯됐다. 나는 이 분이 수많은 천문학 연구 중 대기 스펙트럼 분석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고등학교 때 했던 연구도 대기 스펙트럼 분석이었고.지금도그주제로학생들을가르치고있기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유일하게 안다고 말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이쪽이기 때문이다.그래서 박사님의 에세이 중의 연구방식(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 등)에 대해 가끔 언급될 때마다 대충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괜히 기분이 좋았다. 이 말도 인상 깊었다, 우주의 범위는 너무 넓어서 사실 어느 하나를 선택해 연구하면 그것이 최초의 연구가 될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그는 타이탄 1호 박사에서 달 연구로 전향하게 됐다. 달의 토양은 시간이 지날수록 늙어 가는데 대표적인 이유로 태양풍을 들 수 있다. 태양에 더 많이 노출된 지역의 토양이 훨씬 낡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여기에 자기장의 영향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물증을 처음 발견하게 된 것이다. 달의 크레이터를 동서남북으로 나눠 분석하는 과정을 보면서 와, 이걸로 연구논문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결과론적으로 볼 때 연구 주제가 눈앞에 와준 느낌? 어쨌든 이 연구로 인해 몇 년 후 심채경 박사는 <네이처>로부터 인터뷰 제안을 받게 된다. 이어 인터뷰 과정과 결과도 구체적으로 언급된다. 그는 자꾸 "아무렇지 않은 것" 얘기를 했다. 어쨌거나 달 탐사가 제대로 시작도 안 된 나라에서 젊은 과학자로 선정되어 인터뷰를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잖아요! 원래 자리를 만들어주면 더 잘하는 법. 이제 더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습니다 박사
이책을표현하는한글을쓰는데,이런책을써주셔서감사합니다. 나 자신도 이런 책을 읽어주어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 겨울서점에서도 추천하는 책입니다...^^